구글, 유럽 뉴스 제외 실험으로 EU 저작권 협상서 주도권 강화 나서

검색 결과에서 뉴스 링크 제거한 실험 통해 협상 주도권 확보 나선 구글의 전략

구글이 유럽연합과의 저작권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실험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올해 3월 유럽 내 특정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검색 결과, 뉴스 서비스, 디스커버 기능에서 유럽연합 기반 언론사의 뉴스 콘텐츠를 완전히 제외하는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이 실험은 유럽연합의 저작권 지침 제15조(일명 '뉴스 저작인접권')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유럽연합의 저작권 지침, 무엇이 쟁점인가?

유럽연합의 저작권 지침 제15조는 2019년 제정된 법안으로, 디지털 플랫폼이 뉴스 콘텐츠를 활용할 때 언론사에 적절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이 언론사의 콘텐츠로 트래픽과 광고 수익을 창출하면서도 콘텐츠 제작자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쉽게 말해, 구글 검색 결과에 언론사 기사가 노출되면 사용자들은 그 링크를 클릭해 정보를 얻고, 구글은 이 과정에서 광고 수익을 올리게 됩니다. 유럽연합은 이런 구조에서 실제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사에게도 정당한 수익 배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구글의 실험, 무엇을 알아내려 했나?

구글의 이번 실험은 "만약 뉴스 콘텐츠가 없다면 우리 서비스의 이용률과 수익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구글은 자사 블로그를 통해 실험 결과를 공개하면서 놀라운 결론을 내놓았습니다. "뉴스 콘텐츠를 제거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색 트래픽이나 광고 수익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구글의 설명에 따르면, 사용자들은 뉴스 외에도 날씨 확인, 여행 예약, 근처 상점 검색 등 다양한 목적으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에 뉴스 콘텐츠의 유무가 전체 서비스 이용률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실험의 숨은 의도, 협상력 강화

이 실험 결과는 구글이 앞으로 유럽 각국 언론사와의 협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력한 카드가 될 수 있습니다. 구글의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우리는 뉴스 콘텐츠 없이도 잘 지낼 수 있습니다." 이는 구글이 언론사들과의 저작권 보상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만약 뉴스 콘텐츠가 구글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 구글 입장에서는 높은 금액의 보상을 제공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구글은 이미 2021년 호주에서 비슷한 전략을 시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호주 정부가 뉴스 미디어 협상법을 추진하자 구글은 자사 검색 서비스에서 호주 뉴스를 제외할 수 있다고 위협했고, 결국 양측은 타협점을 찾았습니다.

불균형한 협상력, 작은 언론사들의 우려

현재 프랑스와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구글과 언론사 간 협상을 통해 일정 수준의 보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언론사가 동등한 협상력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대형 언론사들은 자체적인 브랜드 파워와 교섭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지만, 소규모 지역 언론이나 독립 미디어는 그렇지 못합니다. 이들은 구글과의 협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으며, 이는 뉴스 생태계의 다양성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유럽 언론사 관계자는 "구글이 이번 실험 결과를 근거로 보상 기준을 낮추거나 예외를 설정하려 할 경우, 언론사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사용자 경험은 어떻게 변했나?

이번 실험이 진행된 동안 영향을 받은 사용자들은 구글 검색이나 뉴스 서비스에서 유럽 언론사의 기사를 더 이상 볼 수 없었습니다. 대신 이들은 뉴스를 찾기 위해 다른 검색 엔진이나 언론사 웹사이트를 직접 방문해야 했습니다.

이는 분명 사용자 경험에 일정한 불편을 초래했지만, 구글에 따르면 전반적인 이용 행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합니다. 사용자들이 뉴스 이외의 정보 검색을 위해 여전히 구글을 주요 플랫폼으로 활용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뉴스 콘텐츠의 부재는 정보 접근성과 다양성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의 대응과 향후 전망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구글의 이번 실험을 주시하고 있으며, 플랫폼과 언론사 간 협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만약 구글이 협상에 소극적으로 임하거나 불공정한 조건을 강요한다고 판단될 경우, 집행위원회는 추가적인 규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언론사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강화되고 있으며, '디지털 서비스법(DSA)'과 '디지털 시장법(DMA)' 등 최근 발효된 규제 프레임워크를 통해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적 테스트를 넘어 유럽연합의 규제 체계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라며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와 그 보상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번 사례는 디지털 시대에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어떻게 측정하고 보상할 것인가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다시금 부각시켰습니다. 구글과 같은 플랫폼은 언론사 콘텐츠의 노출을 통해 트래픽을 증가시키는 '윈윈' 관계라고 주장하지만, 언론사들은 자신들의 콘텐츠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라며 적절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기업과 미디어 산업 간의 경제적 다툼을 넘어, 건강한 정보 생태계와 미디어 다양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에 관한 사회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구글의 이번 실험이 남긴 의미는 뉴스 콘텐츠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민주적 가치에 대한 더 넓은 토론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시대의 뉴스 생태계 균형을 위해 플랫폼, 언론사, 정부, 그리고 이용자 모두가 참여하는 새로운 협력 모델이 필요한 시점입니다.